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우리 모두는 평범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특별하다고 말하는 다양한 일들은 큰 틀에서 보면 평범한 일이다. 예측불허의 삶에서 무엇이 특별하다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일본 영화 <오버 더 펜스>는 관객에게 묻는다. 평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냐고.
특별한 것 없는 조용한 동네 훗카이도 하코다테의 술집에서 일하는 에타무라 사토시(아오이 유우)는 새 흉내를 자주 낸다. 손님들 앞에서, 심지어는 동네 마트 앞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데도 서슴지 않고 타조와 백조의 구애 모습을 적극적인 몸짓과 소리로 흉내 낸다.
이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 관객석은 어수선해지고 나중엔 웃음도 나온다. 이상하다는 판단에서 나오는 반응들이다. 그러나 에타무라의 몸짓은 자세히 보면 지극이 정상이다. “나를 사랑해줘”라는 외침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상할 것이 없다.
이혼 후 도쿄에서 하코다테로 옮겨 온 시라이와 요시오(오다기리 죠)가 다니는 직업학교엔 평범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꼰대 직업학교 선생과 건달이었던 평범한 한 가정의 아빠, 영업직에서 일하다 술집을 차리려는 청년 등이 있다. 그야말로 평범한 동네에 평범한 사람들인 셈이다.
시라이와는 자신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에타무라에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에타무라는 이상하다. 시라이와를 향해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를 쏟아내는가 하면 느닷없이 홀딱 옷을 벗더니 수건에 물을 묻혀 자기 몸을 닦는다. 시라이와는 그 모습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에타무라를 이해하려고 하진 않는다. 영화도 에타무라의 그런 모습에 대한 이유를 끝내 밝히지 않는다.
시라이와는 직업학교에서 열린 야구경기 중 에타무라 앞에서 한 방을 치고 싶어 한다. ‘오버 더 펜스’의 사전적 의미는 홈런이다. 펜스를 넘어 날아가는 공은 마치 평범함이 이상할 것 없다는 외침이자, 우리가 가진 편견을 부숴버리는 한 방 같다.
영화 <오버 더 펜스>의 한 장면 ⓒ씨네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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