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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페스티벌(JFF)①> 버스데이 카드 | 해바라기처럼, 너도 주인공인 걸

제2회 일본영화페스티벌(JFF)이 지난 23일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김끄끄의 일드 읽기>는 이번에 개봉하는 11편 중 4편의 리뷰를 게재한다. ‘FAMILY VARIETY’ 부문 4편이다. -작성자 주-

 

 

엄마가 세상을 떠났는데, 이상할 만큼 영화는 따뜻하다. 엄마의 병명도, 장례식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줄곧 따뜻한 시선으로, 엄마가 없이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버스데이 카드>는 이젠 엄마를 실제로 만날 순 없지만, 자신의 스무 번째 생일까지 매년 한 통씩 전해오는 엄마 요시에(미야자키 아오이)의 편지를 통해 한 뼘씩 성장해 나가는 딸 노리코(하시모토 아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일본에선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 특히 세상을 떠난 엄마가 자녀의 생일에 편지를 보낸다는 설정은 새롭진 않다. 그러나 <버스데이 카드>는 엄마의 죽음을 일찌감치 보여주고, 그 이후 시간들을 코믹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다르다.

 

ⓒ버스데이 카드 스틸본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엄마한테 인사하는 노리코, 엄마의 편지에 함께 관심을 기울이는 가족들 등 남겨진 사람들이 슬픔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엄마와 딸은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처럼 친근해진다는 말이 있다. 노리코가 엄마의 편지를 읽고 머핀 만드는 법을 배우고, 학교 땡땡이를 쳐보고, 좋아하는 남자와의 키스법을 배우는 장면에선 부자(父子)에게선 느끼기 힘든 모녀(母女)만의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샘솟는다.

 

그러나 내성적인 노리코는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고향에선 고등학교 학생회장으로 활약한 엄마의 과거를 듣지만 “난 엄마처럼 될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리코는 엄마 또한 세상을 떠나기 전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을 자신의 대한 사랑으로 극복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노리코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내면을 떨쳐내기 위해 한 걸음씩 나간다. 노리코가 엄마에게 받은 해바라기 씨가 쑥쑥 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에서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나나> 등을 통해 청춘스타로 발돋움한 미야자키가 엄마 역으로 등장하는 건 낯설다. 이 영화 감독 요시다 야스히로는 “미야자키의 엄마 역할은 신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드러움과 강함이 있어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시모토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현재 한국에서 리메이크 제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