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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페스티벌(JFF)②> 동경가족 : 두 번째 이야기 | 시종일관 웃다가…알맹이가 빠졌네

<동경가족 : 두 번째 이야기>의 일본어 원제는 <가족은 괴로워>다. 2013년 국내에서 개봉한 <동경가족> 감독과 출연 배우들이 같지만 내용은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동경가족>에서 그려진 유쾌함과 따뜻함은 이번 영화에서도 계속된다. 그래서 제목과는 반대로 괴롭게 전개되진 않는다.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상경한 부모님의 이야기를 다뤘던 <동경가족>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선 '황혼이혼'을 주제로 삼는다. 황혼이혼은 199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생긴 신조어로 불황에 접어들자 봉급생활자가 퇴직금을 후 부인에게 이혼소송 당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랜 기간 쌓아온 부부간의 갈등이 빚어낸 갈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3세대가 한 집에서 산다는 걸 부러워하는 친구의 말을 들은 히라타(하시즈메 이사오). 아내 히라야마 토미코(유시요키 카즈코)의 생일에 술을 먹고 들어온 그는 아내로부터 이혼서류를 받는다. 장남 코이치(니시무라 마사히코)는 이에 긴급 가족회의를 소집한다. 그러나 회의는 원활하게 이루어지는커녕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이야기는 결국 다른 길로 샌다.

영화 동경가족의 한 장면


사회적인 문제를 주제로 삼은 것치고 짜임새가 헐거워 보인 것은 아쉬움이다. 집에 오면 아무데나 양말과 옷을 벗어던지고 큰 소리나 뻥뻥 치는 가부장적인 히라타, 그를 닮은 장남 코이치, 헌신적이지만 이혼이 자식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며느리, 기가 센 둘째 딸, 무능력한 사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막내아들까지 전형적인 한국 ‘평일 저녁 드라마’에서 자주 볼 만한 가족 구성원들은 시종일관 웃기는데 주력한다.

회의 도중 히라타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자 “그래도 모두가 있는 곳에서 쓰러지셔서 다행이다”라는 대사로 ‘억지 가족애’도 보인다. 혼술과 혼밥 등 1인 가구의 역사가 긴 일본에서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3세대 가정을 다뤘다는 점은 옛날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시즈메의 고집불통 연기와 과묵할 것 같지만 막상 입을 열면 맹탕인 장남 역을 맡은 니시무라의 연기는 영화를 줄곧 떠들썩하게 한다.

일본에서 지난해 개봉한 이 영화는 12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13억엔(130억)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오는 5월 27일 ‘가족의 붕괴’를 담은 속편 <가족은 괴로워2>가 개봉한다. 감독과 출연 배우는 모두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