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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페스티벌(JFF)④·끝> 아버지와 이토씨 | 불쑥 찾아온 아버지…어떻게 대할까요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던 어느 날, 느닷없이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 닥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심한 잔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이지만 딱히 다른 방도가 없다. 그렇게 세 사람의 불편하면서도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아버지와 이토씨>는 남자친구 이토(릴리 프랭키)와 동거 중이던 아야(우에노 주리)의 집에 아버지(후지 타츠야)가 불쑥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한 이 작품은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했다.

나이 많은 아버지와 자식 간의 사랑을 확인한다는 전체적인 틀은 신파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30대가 넘어가는 시기에 늙어가는 부모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야야의 시선은 관객들에게 가벼운 질문을 제시한다.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되면서도 함께 살기는 싫은, 수년간 풀리지 않은 아이러니함이 관객들에겐 고민거리가 되는 것이다.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 스틸컷 ⓒ얼리버드픽쳐스

영화는 무겁지 않고 시종일관 유쾌하다. 34세의 아야, 54세의 이토, 74세의 아야 아버지 등 스무 살이 차이나는 주인공들을 통해 재밌게 풀어나간다. 세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세대 차이는 가벼운 웃음으로 마무리 된다. 아빠의 잔소리에 소리를 지르고 투정을 부리는 사춘기 소녀 같은 30대 아야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돈가스 소스를 가지고 투덜대는 아버지가 함께 있는 모습은 귀여운 부녀(父女)다.

가족이 아닌 이토의 시선도 눈길을 끈다. 피가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토는 아야보다 아야의 아빠를 너그럽게 이해한다. 이토의 연륜에서 온 것인지, 이토 만의 너그러운 성격에서 온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통해 혈육으로 가장 가깝다는 가족이 실제로는 서로 가장 먼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식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면서 몸과 마음이 동시에 멀어져서일까.

2008년 아오이 유우 주연의 청춘 이야기를 담은 <백만엔걸 스즈코>를 연출해 국내에 알려진 <아버지와 이토씨> 감독 다나카 유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0대 이후의 사람이라면 부모가 점점 늙어 가고, 부모의 허리가 작아진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 늙어가는 부모와 어떻게 마주할지는 일본의 사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에노가 2013년 <양지의 그녀> 이후 3년 만에 맡은 주연작이자 결혼 후 첫 영화다. 개봉 당시 우에노가 30세, 프랭키가 54세, 후지가 76세로 원작 소설 주인공들과 나이가 비슷할 정도로 꼼꼼하게 신경 쓴 부분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