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은 도쿄의 번화가다.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도시의 밤은 밝고 뜨겁다. 사람들은 깔깔대면서 바삐 움직인다. 그리고 영화는 정반대를 비춘다. 마치 지도가 없으면 찾아가기 힘든 골목길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마스터는 여전히 말수가 없다. 식당 안은 북적거리면서도 마치 여백이 있듯이 여유가 있다. 밤은 깊어지고 심야식당은 사람 냄새로 그윽하다. 음식 냄새는 덤이다. 음식 그 이상의 곳이 있는 식당, 심야식당이다.
영화 '심야식당'은 드라마의 흥행을 이어 영화로 제작됐다. 드라마는 시즌3까지 나왔다. 일본드라마 좀 본다는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거쳤을 필수작이다. 영화 '심야식당' 역시 드라마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에피소드 3개가 영화를 구성한다. 등장인물은 반갑다. 대부분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다. 조용하지만 정겨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를 비롯해 드라마에서 심야식당을 지켰던 인물들이 대거 출연한다.
다만 드라마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고 카리스마가 넘쳤던 오다리기 죠는 경찰찰관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출연, 관객들에게 무거울 수만 있는 드라마에 웃음을 선사한다.
그 동안 '오차즈케', '조개술찜' 등 갖가지 요리들로 사람들의 빈 속과 마음의 허기를 달랬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나폴리탄, 마밥, 카레라이스가 이야기의 주된 '료리'다.
나폴리탄에는 순간적인 사랑과 배신, 마밥에서는 순수함, 카레라이스에서는 애틋함을 담는다. 요리는 그저 이야기에 잠시 거들 뿐이다. 음식보다는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단단하게 담는다.
최근 많은 요리 프로그램들이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방영되고 있지만 '심야식당'은 이들과 성격이 다르다. 요리를 만드는 장면이 중요한 것도, 어떤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것도 결코 아니다.
'심야식당'에서 음식 만드는 장면은 거의 눈을 씻고 보기 힘들다. 어떤 요리를 만드냐가 중요하다. 소시지, 계란말이, 카레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요리의 힘은 상당하다.
'심야식당'의 요리를 보고 있노라하면 우리들의 괴로웠던 일도 사르르 녹는다. 마스터가 해주는 요리의 힘이다. 사랑, 괴로움 혹은 즐거움까지 요리하나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수도 또 축하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배우는 역시 타베 미카코. 앞서 영화 '너에게 닿기를'(2010), '라이어게임'(2012)에 이어 세 번째 본 작품이다. 많은 작품을 본 것은 아니지만 '심야식당'에서 미카코의 연기는 볼만하다.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표정 연기와 뭔가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분투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물론 앞선 작품들과는 맡은 역이 완전 달라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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