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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바다' 장애인이라고 결혼 고민이 다를까요

[영화리뷰] 장애를 극복하고 연애중인 우영과 재년이 알려주는 두 가지 키워드

 

 

우영과 재년은 8년째 연애중인 커플이다. 오랜 기간 연애에도 불구하고, 재년의 얼굴만 봐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우영과 그를 만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샌드위치를 준비해가는 등, 부지런함을 떠는 재년의 모습은 여느 커플보다도 더욱 풋풋하기만 하다. 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보는 이까지 흐뭇하게 만든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나비와 바다>는 장애인 커플을 통해 일반적인 커플이 겪을 수 있는 있는 이야기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영화는 '사랑'과 '가부장적 관습' 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전개된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나비와 바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장애인이다. 주인공인 마흔 살의 남자 우영은 돌이 지날 무렵 않은 뇌성마비로 인해 두 발로 걸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전동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친구의 추천으로 발을 들인 다큐멘터리 제작에 흥미를 느껴 주기적으로 촬영에 나서고 있다.

그의 여자 친구인 재년은 뇌병변 1급을 판정받았지만, 소소한 직업도 가지고 있으며 긍정적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띠동갑이라는 나이차와 불편한 몸 상태를 극복하고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왔다.

하지만 8년 동안 연애한 커플에게도 결국 결혼이라는 거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닥친다. 우영은 한 달에 한 번,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서만 재년을 만날 수 밖에 없는 데이트가 매번 아쉽다. 거기다가 마흔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그래서 우영은 재년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지만, 의외로 재년은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자 우영은 계속해서 "오빠가 다 책임질게",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게" 라며 몇 번이고 반복하며 재년에게 진심을 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년은 좀처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재년이 걱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 남편의 아내이자, 며느리가 된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 특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재년에게도 크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영화는 이런 장면들을 세세하게 담으면서, 결국 연애와 결혼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겪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즉, 장애가 이들이 사랑하는데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오히려 이들은 몸이 불편하기에 서로가 만나는 날에는 더 빨리, 더 많은 시간동안 준비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살고 있는 셈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복종해야 한다?

영화는 이들의 사랑이야기와 동시에 결혼제도를 통해 한국의 '가부장적 제도'를 꼬집기도 한다. 우영은 재년의 계속된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구애를 해서, 마침내 재년으로부터 결혼을 허락받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재년의 부담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에는 가사노동과 양육, 그리고 주변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차 있다. 심지어 결혼날짜 잡는 일조차 원하는 대로 진행할 수 없다. 이들의 결혼식 주례내용을 통해 결혼제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성경에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단어가 나옵니다...(중략)...그 다음에 또 성경에서 명명하기를 '복종하라'는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중략)...다음에 또 '경외하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곤경하고 두려워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 영화는 이런 '가부장적 관습'으로 이어지는 결혼제도가 우영과 재년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 없으며, 과연 결혼제도 사회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행복을 향한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관객들에게 제기한다.

연출을 맡은 박배일 감독은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를 우연히 읽던 중 '청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라는 구절을 읽고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지만, 가부장제 안에서 결혼제도는 남성과 여성에게 거친 바다와 같다." 며 "특히 여성에게 그 의무와 책임이 과하게 부여돼 수많은 나비들이 결혼이란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라며 제목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영화는 이 모든 이야기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수렴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는 결혼에 대한 새롭고 구체적인 고민거리를 던져주며, 기혼 경험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4일 개봉. 89분. 12세관람가. [사진]=시네마 달

*이 기사는 <오마이스타>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