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를린>은 개봉 전부터 완성도 높은 액션영화라는 전문가들의 평과 더불어 많은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불어 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제목 앞에 ‘초특급’ 이라는 글자가 있으면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먼저 앞서지만, (초특급의 기준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SNS를 비롯해 주변에서 워낙 평이 좋아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을 제대로 관람한 것은 <베를린>이 처음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케이블을 통해서 그나마 살짝 볼 수 있었던 영화가 <짝패 (2006)> 였습니다. 그 영화 역시 대단한 액션물로 류승완 감독의 진가가 발휘됐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두홍 무술감독 및 배우의 역할도 상당히 컸죠. 그 예전의 희미한 기억을 안고 <베를린>을 관람했습니다.
첩보요원들의 삶은 멋있지만, 비참하다
류승완 감독은 프롤로그에서 “냉전 시대 베를린 길거리의 10명 중 6명은 스파이였다고 한다. 냉전 시대가 끝나고 지금도 여전히 그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대의 비극이 남아 있는 그 곳 베를린에서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그만큼 비밀스럽고 위험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라고 밝혔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의도는 잘 그려진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비쳐지는 인물들은 모든 것이 비밀스러웠고, 약속에 의해 정해진 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혹자는 국내에서 방영중인 MBC드라마 <7급공무원> 속의 국정원의 역이 멋있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저런 첩보요원들의 삶은 비참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거나, 도청장치 때문에 내 사생활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자신들이 선택한 직업이지만, 하루하루 견뎌내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액션의 완성도는 ‘굿’, 스토리는 ‘글쎄’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의 지휘아래에서 영화는 액션의 완성도는 굉장히 높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표종성의 역의 하정우와 동명수 역의 류승범의 연기가 가장 두드러지는데요.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하정우는 영화 초반 정진수(한석규 분)와 만나는 과정부터 시작해 자신을 죽이려고 동명수가 보낸 무리들로부터 아내 련정희(전지현 분)와 함께 탈출하는 부분에서 액션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류승범 역시 영화 구석구석에서 세세한 표정연기를 선보이며 영화에서 빛을 내고, 특히 마지막에 하정우와의 대결에서 역시 화려한 액션신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액션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빠른 자동차 추격신 및 총격신과 함께 와장창 깨지는 유리창, 폭발신을 생생하게 선보이며 ‘액션’ 영화로서의 임무에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보통의 첩보영화 수준에서 크게 못 벗어난 것 같습니다. 남북 첩보요원들이라는 설정은 좋았지만, 요원들끼리 대립하는 장면,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고뇌, 그리고 배신과 복수는 어디에선가 한번쯤은 봤을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영화의 매력 포인트인 큰 반전이 없었다는 말입니다.
사실 액션영화에 스토리가 꼭 충실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액션영화이니까, ‘액션’에만 치중해도 어느 정도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개봉 전 전문가들의 영화평들이 다들 좋다보니 기대치에 비해서는 좀 낮았다는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탄탄...근데 대사가 안 들려요...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이경영, 전지현 등 이름만 들어도 연기력이 탄탄한 배우들이 출연해서 그런지 연기는 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연기력을 평가할 처지는 아니지만) 특히 이경영은 분량이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남영동 1985> 이후 기억에 계속 남아서 그럴까요. 그 동안 '연기논란' 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었던 전지현도 영화 내내 차갑고 어두운 이미지를 잘 표현했습니다. 한석규는 여유로움이 한껏 들어 났습니다.
다만 영화 속 대사에는 북한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데요. 저는 왜 이렇게 알아듣기 힘들었을까요. 정말 굉장히 집중해서 봤는데도 불구하고, 잘 들리지가 않아서 약간 답답했습니다. 자막이 있었다면 좀 더 이해하기 편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째든 이랬거나 저랬거나,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 액션만큼이 최고임은 사실입니다.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를 보기도 역시 쉽지 않으니, 영화관에 달려가는 것도 좋습니다. 참고로 현재 <베를린>은 4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 2백25만명을 돌파했습니다.
P.S : 영화초반부에 하정우가 먹는 연기를 하는 장면이 살짝 나오는데, 제 기억이 맞는다면 관객들이 살짝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정우의 먹는 장면은 짧았지만, 강한 임팩트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전지현은 왜 하이힐을 신고 탈출을 감행했을까요? 이 궁금증을 누가 해결해 주세요!
사진=㈜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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