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츠카 아이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던 여인 ⓒ김진수
일본 오사카의 무더위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지난 25일 처음 방문한 오사카는 명성만큼이나 해가 이미 졌지만 온몸은 땀으로 가득했다. 오사카의 유명 관광지인 도톤보리도 땀만큼이나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대부분이 한국인과 중국인이었고 도톤보리의 명물인 글린코상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 8시30분. 나는 우연히 여행 날짜가 겹쳐 이날 만나기로 한 타 회사 동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 우왕좌왕하던 중 한 편에서 노래 소리가 들렸다. 길거리 공연 같았고 곧바로 발길을 소리 곁으로 돌렸다. 유카타를 입은 한 여인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노래 부르는 그의 곁을 무심코 지나쳤지만 나를 비롯한 극소수의 사람들은 앞에 자리 잡아 지켜보고 있었다. 아는 노래는 도통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목소리는 내가 아는 가수랑 닮아 있었다. ‘오오츠카 아이’(おおつか あい)와 닮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그의 새롭게 시작된 노래가 귀에 익었다. 오오츠카의 노래였다. 공교롭게도 제목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듣는 그의 노래에 한 때 일본 노래를 좋아했던 옛 추억이 떠올랐다. 군 복무 시절이던 지난 2009년 ‘Every little thing’을 포함해 일본 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듣고는 했었다. 꼭 가사의 뜻을 알고 듣는 것은 아니다. 그저 멜로디가 좋아 듣기 시작한 일본 노래였다.
내가 아는 노래가 하나 더 나왔다. 키로로의 ‘베스트 프렌드’. 일본 노래 좀 들었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들어봤을 가수가 키로로다. 신기했다. 일본 노래를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일본 현지에서 그것도 버스킹을 통해 두 곡이나 듣다니. 덕분에 더위가 내게 준 짜증도 잠시나마 말끔히 잊을 수 있었다.
오후 9시가 되자 근처에 도착했다는 동기의 메시지가 왔다. 노래를 더 듣고 싶은 굴뚝같았던 마음을 접고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또 일본에 가면 이름은 알지 못하나 오오츠카와 목소리가 비슷했던 그 여인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 김진수
오사카에서 만난 버스킹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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