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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끄끄의 일상 속에서

[이모저모] 사운드베리 페스타 | 커피소년, 이렇게 매력덩어리였나

한여름 밤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록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이색적이다. '사운드베리 페스타'는 실내에서 즐기는 록페스티벌이다. 올해처럼 폭염이 지속되는 날씨 속에서는 안성맞춤이다. 사운드베리 페스타는 지난 2년간 63빌딩에서 개최했으나 올해는 장소를 옮겨 코엑스에서 지난 22일부터 양일간 진행됐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즐기는 록페스티벌이라니. 신선하면서도 짜릿함이 밀려왔다. 나는 이번 페스티벌은 22일 하루만 참가했다. 과연 올해 사운드베리 페스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모저모를 돌아본다.

 

커피소년, ‘남자 옥상달빛이 따로 없네!

커피소년 공연은 한번쯤은 가 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기회가 찾아오진 않았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난 커피소년은 상상 이상으로 감성이 듬뿍 담긴 가수였다. ‘장가갈 수 있을까’, ‘도시남자로 잔잔한 미소를 안겼다면 애벌레’. ‘내가 니편이 되어줄께로 위로했다. 현재 그는 오늘과 내일 사이를 모토로 하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중이다. 라디오에서는 개그본능이 충만했다. 페스티벌에서도 비슷했다. 노래의 끝과 시작 전에 하는 그의 멘트에는 유머가 담겨 있었다. 웃다가도 그의 노래 속에는 위로와 애틋함 혹은 슬픔이 간간히 배어나왔다. 그의 공연을 보면서 문득 여성 듀오 옥상달빛이 떠올랐다. 풍부한 유머코드를 갖추고 공감 가는 위로송(혹은 퇴근송)을 부른다. 그러고 보니 커피소년과 옥상달빛의 데뷔 연도(2010)가 같다.

 

한 장소에 두 개의 스테이지

나는 지난 5월 록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를 다녀왔다. 난지한강공원에서 개최된 페스티벌은 한 장소에 두 개의 스테이지가 나란히 놓인 점이 흥미로웠다. 보통 스테이지는 곳곳에 분산돼 있다. 그린플러그드는 스테이지를 번갈아 가면서 공연을 진행했다. 한쪽에서 공연을 하고 있으면 나머지 한쪽에서는 공연을 준비하는 식이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편하다. 굳이 크게 이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사운드 베리페스타는 이와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 1층 그랜드볼륨에 스위트 스테이지와 프레쉬 스테이지를 양 끝에 배치해 번갈아 가면서 공연을 진행했다. 한 군데에서도 양쪽의 공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3층 오디토리움에 위치한 씨어터 스테이지는 의자가 있는 공연장으로 보통 콘서트장과 똑같았다. 무엇보다 넓어서 많은 관람객 수용이 가능했다. 지난해 63빌딩에서 진행된 사운드 베리페스타에서는 일부 스테이지가 좁은 공간에 배치, 수용에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었다. 올해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12시가 넘었는데...승리자 이지형

22일 가수 이지형의 공연 예정 시작 시간은 오후 1110분이었다. 그러나 이지형 앞에 계피(가을방학)의 공연부터 10분이 늦어졌다. 이지형의 공연은 예정시간보다 약 15분이 지난 1125분께부터 시작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같은 시간 다른 스테이지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딕펑스 때문이었을까. 3층 오디토리움에 있던 객석의 절반도 차지 않았다. 이미 12시가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과 집에 돌아갈 갈 것 등을 고려하면 관람객들이 가득차긴 힘든 시간대였다. (심지어 공연 중에도 관객들이 조금씩 빠져나갔다) 그러나 이지형은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페스티벌에서 끝 무대를 서는 것이 오랜만이라고 하던 그는 앵콜 공연까지 멋지게 소화했다. 앵콜 공연의 시작은 밤 12시를 넘겨 시작됐다. 그러나 그는 밝은 얼굴을 잃지 않았다. 이날 진짜 최고의 공연의 주인공은 이지형이지 않았나 싶다.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공연 에티켓

올해 사운드 베리페스타에서 유일하게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아쉬운 공연 에티켓이었다. 여러 스테이지에서 동시에 무대가 진행되는 만큼 많은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록페스티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실내 공연은 바깥에서 진행하는 것과는 다소 다르다. 가수들의 일반 콘서트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콘서트에서는 입장하지 못한 관객들은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도중 입장할 수 없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물론 관람객들도 신경을 쓰게 만들기 때문.

바깥처럼 개방된 공간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두운 곳에서 진행되는 실내 공연에서는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3층 오디토리움처럼 객석이 있는 공연장에서는 조금 더 주의해야 한다. 공연 중에 관람객들이 좌석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관람객들의 입장과 퇴장이 계속되면서 뒤쪽은 다소 소란스러웠다. 페스티벌이지만 실내에서는 세심한 에티켓이 가수 그리고 다른 관람객들을 위해 필요할 듯하다.

 

       코엑스 3층 오디토리움.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씨어터 스테이지로 사용됐다. ⓒ김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