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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끄끄의 영화 펼쳐보기> 심야식당 | 소박한 음식, 따뜻한 공동체를 담다

ⓒ엔케이컨텐츠 

아베 야로의 원작만화 <심야식당>이 드라마로 처음 방영된 지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드라마는 인기를 거듭해 지난해 시즌4까지 나왔다. 영화는 <심야식당>(2015년)에 이어 두 번째인 <심야식당2>가 오는 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심야식당>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시즌1부터 두 번째 극장판까지 6개 작품을 마츠오카 조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같은 스태프들도 함께했다. 스즈키 츠네키치의 '오모히데(추억)'가 울려 퍼지는 드라마 오프닝도 한결같이 시청자들을 맞이한다. 원래 식당 이름은 '메시야'이지만 심야식당으로 불리는 가게 주인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 시즌1부터 꾸준히 심야식당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단골 겸 조연배우들도 변함없다. 시대의 빠른 변화 속에도 항상 같은 장소에 있는 식당과 사람들, 이 작품 전체에 깔린 위로다. <심야식당2>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조연배우들이 상복 차림으로 등장했음에도 한자리에 모였을 때 피식 미소가 지어진 것도 그런 반가움이었을 것이다.

<심야식당>의 매력은 사람들 간의 따뜻한 연대를 그린다는 점에 있다. 단골은 물론 처음 이곳을 찾은 손님들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사람 냄새 나는 식당은 고민 상담소나 소개팅 장소로 변하기도 하고, 함께 음식을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바뀌기도 한다. 때로는 오지랖을 부리거나 꼰대 같은 손님들도 있지만,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공감하는 모습이 갓 지어진 밥처럼 따뜻해 불편하지 않다. 하루에 지친 직장인, 연극인, 조폭, 경찰, 취업준비생, 식당주인, 게이바 마담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어제와 오늘이 교차하는 깊은 밤에 찾아와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점은 인상적이다.

<심야식당2>에서 한 손님의 "뭘 먹느냐보다 누구랑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대사가 여운이 남는 이유다. 첫 번째 극장판처럼 <심야식당2>도 마지막엔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이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마무리된다는 것도 하나의 연결고리다. 심야식당의 공식 메뉴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하나지만 재료만 있으면 뭐든지 만들어준다는 마스터. 그렇게 심야식당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물론, 작품 중심에 있는 마스터와 그의 요리도 빼놓을 수는 없다. 이름 대신 마스터로 불리는 주인공은 손님들의 사연에 무관심한 척 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따듯한 한마디를 던진다. 심야식당에 형성된 공동체의 중심을 잡아준다. <심야식당2>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할머니가 "마스터가 있으니까 모두 이 가게에 모이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박한 음식들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심야식당2>에서 등장하는 불고기 정식, 볶음 우동과 메밀국수,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등도 각종 사연과 버무려지면서 깊은 맛을 낸다.

<심야식당2>에 소개되는 세 가지 에피소드가 관통하는 것은 죽음과 가족이다. 상복을 입고 스트레스를 푸는 한 직장인,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을 홀로 키운 엄마 그리고 연상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 아들, 보이스피싱에 사기를 당한 할머니 등의 에피소드는 웃음과 공감 그리고 슬픔을 적절하게 녹여낸다. 그 틈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영화의 포인트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