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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드라마 읽기

[TV리뷰] <부인은, 취급주의> | 우리네 가장 가까이 선 '여성 영웅'... 하지만 '이런' 한계도

ⓒNTV 

특수공작원이었던 이사야마 나미(아야세 하루카)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따뜻한 가정을 갖고 싶은 나미가 선택한 건 전업 주부. 특수공작원의 옷을 벗은 그는 이사야마 유키(니시지마 히데토시)를 만나 결혼한다. 그러나 좋을 줄만 알았던 전업주부의 삶은 쉽지 않다. 나미가 사는 동네에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결국 나미가 발 벗고 나선다.

최근 일본 NTV와 국내 케이블 채널W에서 방영한 일본 드라마 <부인은, 취급주의>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풀어 나가는 나미의 이야기를 다뤘다. 얼핏 홈드라마에 코믹을 섞은 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본 내 중산층 여성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를 잘 다뤘다. 무엇보다 여성들에게 닥칠 사회 문제를 전해 결코 웃으면서만 볼 수 없는 드라마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지만, 아내에 대한 남편의 가정폭력(DV)이나 전직 AV(성인 비디오) 배우에게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접근해 돈을 갈취하려는 남성, 데이트 폭력을 당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피해자들이 공포에 떨어 주변에 요청하지 못할 때, 나미가 먼저 물어본다. 특수공작원 시절 익힌 상황 판단력 덕분이다. 나미는 뛰어난 싸움 실력으로 남성들을 먼저 제압한다.

실제로 일본에서 DV는 다양한 기사가 나올 정도로 사회 문제다. 2014년 일본 내각부가 결혼 경험자 26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체적 폭력, 심리적 폭행, 경제적 압박, 성적 강요를 받은 사람은 20.3%에 달했다. 그 중 신체적 폭행은 13.2%로 가장 높았다. 낮은 수치가 아니다. AV 출연 피해자들의 상담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1847명을 설문한 결과 14.8%가 피해를 봤고 이 중 여성이 19.1%로 남성(10.6%)보다 높았다.

물론 나미가 자신의 방식대로 남성들을 심판하는 부분은 한계를 뜻하기도 한다. 여성이 '힘'을 갖춰야만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드라마가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나미가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은 영웅의 모습이 그려져 안심이 되면서 통쾌하다.

가부장적 남편·며느리 내려깎는 시어머니

폭력은 집 밖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만큼이나 보수적인 일본 내 가정 이야기도 드라마의 한 축을 맡고 있다. 나미의 동네 친구인 오오하라 유리(히로스에 료코)는 가부장적인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사와 육아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유리를 향해서만 몰아부친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직장을 다니려고 했던 유리에겐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다.

사토 교코(혼다 츠바사)는 '시월드' 때문에 힘들다. 함께 사는 시어머니는 툭하면 남편 편을 들거나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냐며 며느리를 닦달한다. 바람 피우는 모습이 적발된 남편은 두려운 대상이다. 처음엔 생기 넘치던 유리와 쿄코의 표정이 갈수록 멍해지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공포이자 또 하나의 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다.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뿌리 깊은 일본 사회에는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드라마는 작은 반전을 통해 가정의 화목으로 매듭을 짓는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여성들이 직접 겪어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웃나라 한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