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흥미유발 소재가 가득한 추리드라마
지난 2007년 10월15일부터 12월17일까지 일본 후지TV에서 방영한 <갈릴레오>는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드라마한 추리소설이다. 한 번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는 나로서는 드라마가 먼저 궁금했다. 소설과 드라마의 비교는 못하지만, 드라마는 꽤 인기를 끌었으니 어느 정도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았던거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의 성공요소는 무엇이었을까?
후쿠야마 마사하루(우측)와 시바사키 코우(좌측)이 주인공을 맡았다.
괴짜 물리학자 ‘갈릴레오’만 있으면 된다?
드라마의 소재를 중요시 여기는 일본드라마 특성상, 콘텐츠가 결국 드라마의 승부를 가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추리드라마는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시청자가 사건의 이유나 결말을 예상할 수 없도록 하는 것. 두 번째는 사건을 증명할 때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갈릴레오>가 첫 화에서 방영한 내용은 시청자들의 눈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신참 형사이기에, 수사 하는 과정에 있어서 애를 먹는 우츠미 카오루(시바사키 코우 분)은 한 선배 형사로부터 수사에 도움을 줄 사람을 추천받는다. 선배가 추천해준 사람은 ‘괴짜 갈릴레오’ 라고 소문난 물리학박사 유카와 마나부(후쿠야마 마사야후)이다. 그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물리학 연구에 ‘오타쿠스럽게’ 매진한다. 그는 평범한 농담보다 모든 일을 논리적으로 바라보며 그래서 ‘재미없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유카와는 번뜩이는 생각이 나면 주변에 아무곳에나 물리학 공식을 쓴다. 물론 저것과 사건과 정말 연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첫 화에서 눈길을 끈 사건은 자연발화에 의한 살인사건이다. 마을을 시끄럽게 만든 폭주족들 중 한명의 머리에 자연스럽게 불이 붙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도저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자연발화에 의한 살인사건이라고 규정지으려고 한다. 하지만 유카와는 “증명된 것이냐” 고 물으면서 “모든 일에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 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마을 사람 중 한명이 마을 곳곳에 있는 전봇대에 설치된 거울과 탄산가스 레이저가 거울에 반사된다는 점을 이용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드라마에서 신참 형사인 카오루의 저 표정이 참 많이 나온다...
사실 이 부분은 실로 흥미로웠다. 물론 과학 쪽에 방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카와처럼 생각할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을 법 하다. 첫 화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은 드라마를 계속 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드라마의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해
드라마는 9, 10화만 제외하고 매 회당 한 개의 에피소드로 전개되는데, 모두 눈길을 끌만한 소재로 가득하다. 유체이탈, 심령소동, 괴사, 교살, 망상, 예지, 영혼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며 마지막화에서는 원인불명의 전기가 튀어 사람이 살해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유체이탈이나 심령술사, 예지, 영혼까지 세계의 불가사의를 소개한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소재를 가져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물론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다.” 라고 말하는 유카와가 모두 철저하게 증명해버리지만, 그 과정 또한 재미있다.
드라마는 두 가지의 형식을 취해 펼쳐지는데, 범죄가 먼저 발생해 범인이 누구인지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와 시청자들은 범인은 누군지 이미 알고 있지만 유카와와 카오루가 어떻게 증명하고 해결할 것인가의 과정을 보여주는 구조다. 드라마는 그런 미묘한 차이를 적절하게 조절해 나간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장면을 뽑자면, 유카와가 경찰보다 수사를 더 잘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의 무능함을 그리는 것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튼 <갈릴레오>는 성공적이었다. 또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영화나 드라마가 기대가 될 정도로. 그럼 일단 성공이지 않을까?
그리고 드라마 중간중간에 히로스에 료코와 호리키타 마키가 나오는 건 보너스!
* 갈릴레오는 르네상스 말기의 이탈리아의 자연학자이자 천문학자이다. 근대의 수량적인 자연관 수립을 위해서 많은 공헌을 했으며, <근대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러니까 그만큼 유카와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별명에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