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읽기

<리갈하이>가 알려주는 변호사에게 정의란?

mediasoo 2012. 12. 24. 11:14

 

 

변호사 : 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소송 당사자나 관계인의 의뢰 또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며 그 밖의 법률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네이버 국어사전>

왠지 변호사라고 하면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어리석음이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변호사는 말 그대로 의뢰인을 변호해주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소송에서 승소하느냐 마느냐이다. 다시 말하자면, 소송의 내용과는 별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악덕기업을 변호해주던, 혹은 성실하지만 가난한 이를 변호해주던 말이다. 판결 이후 상황은 변호사가 능력 밖이다.

 

<리갈하이>에서 주연을 맡은 사카이 마사토(위)와 아라가키 유이(아래)이다.

 

<리갈하이>...변호사는 정의로울 수만 있을까?

지난 4월17일부터 6월26일까지 일본 후지TV에서 방영한 <리갈하이>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코믹 법정드라마이다. 천재적인 잔머리를 지녔지만, 인품은 최악이며 턱없이 비싼 의뢰비를 요구하지만 소송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코미카도 켄스케 (사카이 마사토 분). 그리고 초보변호사로 능력은 부족하지만 정의사회 구현을 외치는 마유즈미 마키코(아라가키 유이 분)가 의뢰받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코미카도는 정보원까지 직접 고용하면서, 소송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수임료를 많이 주는 곳만을 변호해준다.

그리고 항상 그들과 맞대결을 펼치는 상대 변호사는 미키(나마세 카츠히사 분)이다. 그는 어떤 수를 써서든지 코미카도를 패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수를 쓰지만 코미카도에게 당해내지 못한다.

특별히 악역이라도 표현할 수 없지만, 코미카도의 상대로는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서 익살스러운 연기를 펼쳤던 나마세 카츠히사가 맡았다.

 

코믹적요소와 훈훈한 교훈의 결합

총 11화, 9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는 이혼, 아이돌, 스토커, 살인, 상속, 대기업, 정치인, 팬심, 표절 등 익숙한 소재들을 다룸으로서, 시청자들이 친숙하게 바라볼 수 있으며 코믹이라는 요소가 드라마 전체 배경에 자리 잡고 있어 신나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다. 또한 일본드라마답게 각 에피소드에서는 변호를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상황에 맞는 교훈을 부여한다. 2008년에 방영한 음식드라마 오센을 본 시청자라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8화에서 다룬 아이돌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딸이 자신이 벌어온 돈을 유흥비로 흥청망청 사용하는 어머니에게 친권정지 소송을 걸어서 승소하지만, 사실은 본인이 아닌, 어머니를 위해 친권정지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진다.

 

코미카도에게 변호사일은 정의보다는 돈벌이가 우선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원칙과 법칙은 있다.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9화와 10화에서 벌어지는 화학공장과의 소송과정이다. 어느 시골마을에 화학공장이 들어서고, 이로 인해 노인으로만 구성된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정체모를 질병을 얻어 위기에 빠진다. 마을주민들은 코미카도를 고용해 화학공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지만, 화학공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금액으로 주민들을 유혹하게 되고, 주민들은 이 유혹에 넘어가 재판에 가기 전 합의를 보려고 한다. 하지만 코미카도는 평소와는 다르게 오히려 노인들을 훈계하며 “2차 대전의 패배 속에서 일본을 최고 번영기로 쌓아올린 당신들이라면 이런 정신머리로는 안 된다.” 며 “늙었으면 몇 푼 받고 적당히 노후생활을 즐기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느냐” 라고 호통한다. 이 한마디에 사람들은 의기투합해 투쟁하게 되고,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사카이 마사토...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이 드라마에서 코미카도 역을 맡은 사카이 마사토는 능청스러운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행동은 물론이며, 걷는 것부터 먹는 연기까지 코믹하고 능청스럽게 하는 모습은 실제 모습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영화 <남극의 쉐프>에서 차분하게 요리를 하는 쉐프역으로,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에서는 우울증에 걸린 남편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180도 다른 연기를 펼친다.

비쥬얼은 절정에 다다랐다고 평가받는 아라가키 유이는 미모에 비해서 연기력은 2% 아쉽다. 드라마 코드블루 (2008,2010)에서 의과대 수석졸업생, 드라마 <란마(2011)>, 영화 <하나마즈미 (2007)>, <연공: 사랑하는 모든 것 (2006)>에서 대부분 착한 이미지로만 나오는 그녀의 이번 역할이 살짝 지루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