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식당'이 생각나는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카모메식당'이 생각나는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깔끔하다. 일본 드라마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2013)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주인공이 샌드위치 가게를 열어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짧다. 드라마는 총 4편에 불과하다. 부담없는 길이만큼이나 이야기도 담백하다. 각 편당 에피소드가 있으나 분별하기 힘들정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흐르는 물처럼, 날아다니는 공기처럼 부드럽게 흐른다.
일본 드라마에서 음식이라는 것은 특별한 소재가 분명하다. 음식에서 옛 전통을의 가치관을 찾는다거나(오센), 개인의 삶을 노래하는(심야식당) 경우를 봤다. 혹은 수 많은 이유로 등장한다. 굳이 음식이 중심이 되지 않더라도 가끔씩 등장하는 요리 장면은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제목만큼이나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에서는 샌드위치와 스프가 주 음식이다. 주인공 아키코(고바야사 사토미 분)가 문을 연 가게에서는 하루에 딱 두 종류의 샌드위치만 판매한다. 그것도 바로 보는 앞에서 만들어주는 정성이 담긴 '수제 샌드위치'다. 스프는 자주 바뀐다. 재료가 떨어지면 그날 장사는 끝이다.
돈을 벌려고 시작한 가게가 아니다. 돌아가신 엄마의 가게를 이어갈 뿐이다. 바로 맞은 편 가게 사장(모타이 마사코 분)이 장사하는 '수법'에 대해 조언하지만 아키코는 웃음으로 넘긴다. 알고보면 맞은 편 가게 사장의 심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알바생 유카(미나미 분)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마지막 기회를 주기도 한다.
아키코 어머니를 알고 있는 동네 친구분들은 심심하면 가게를 찾아 샌드위치를 찾는다. 때로는 술도 한잔을 걸치고, 신선한 고기를 구해와 함께 나눠먹는다. 아! 이 마을 자체가 평화로움 그 자체다. 좁은 골목, 자동차나 오토바이 한 대 보기 힘들 정도로 조용하다.
제목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아키코의 품에 있다가 어느 날 사라진다. 마치 유카가 자신의 자아를 찾아떠난 것처럼. 아키코 역시 내면에는 가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하는지 고민은 안고 있다. 다만 크게 내색만하지 않을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드라마가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이다.
어디서 낯익은 풍경이다. 일본영화 '카모메식당'(2006) 생각이 안날 수가 없다. 고바야시가 주인공을 맡았던 이 영화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조용하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로 호평을 느낄 수 있다. 모타이 역시 '카모메식당'에서 고바야시와 호흡을 맞췄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이 '카모메식당'의 드라마 판이라고 해도 충분할 듯 하다.
끄적끄적의 TIP
일본 드라마를 보면 낯익은 얼굴들이 스친다. 한국에 비해 일본드라마에서는 배우들이 겹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이 드라마 역시 눈에 띄는 조연들이 출연한다. 우선 카세 료다. 한국에서도 일드 좋아한다는 여성팬들은 알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카세 료는 이 드라마에서 스님으로 출연한다.
임신한 상태로 가게를 자주 찾는 역을 맡은 이치카와 미와코는 '여왕의 교실'(2005)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당시 드라마에서는 현실에 눈을 뜨지 못한 여교사 역을 맡았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감독인지 작가인지 '카모메식당'을 생각하고 드라마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드라마 중간에 나오는 메뉴 중 하나가 '카모메식당'에서 나오는 것과 같다. 의도라고 할 수 있겠다.